커뮤니티 > 여행후기 > 보성녹차밭 낙안읍성마을을 다녀와서

난 유독 비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리는 비에 약간의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왠지 녹차밭은 햇빛아래 반짝이는 푸르름이 어울릴 듯 해서..
스텝분의 어눌한 안내 멘트를 들으며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이 어눌함이 정겨움으로 추억될 줄은 몰랐다.

녹차밭을 향해 걸어가는 길은 부드럽게 내리는 비와 숲내음이 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점심을 먹었던 2층 하얀 식당은 빗빛과 어울려 제 멋을 냈고, 어깨를 살짝 덮는 비와 하얀 비옷과 우산은 녹찻잎의 푸르름과 어울려 순식간에 우리들을 즐거운 여행객으로 만드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비때문에 이번 여행을 미뤘을 이들을 안타까워하는 내 오지랖이라니...
단돈 천원에 맛본 우전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꼭 시음해 보시길)
벌써부터 비와 푸르름이 섞여 있을 사진을 기다린다.

두 번째로 간 낙안읍성 민속마을!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이 정겨움과 동시에 숨겨진 그들만의 폐쇄성을 느끼게 한다.
야생화 꽃밭을 지나 처음 만난 닭싸움, 예전 우리 집에도 저렇게 무섭게 달려들던 장닭이 있었는데... 결국 잡아먹었더랬지..ㅋㅋ..
다산의 상징이었을 법한 유방과 남근을 유독 강조해 만든 인형이 있었던 도예방, 12지 동물을 짚으로 만들고 짚신을 신어볼 기회까지 덤으로 주셨던 짚물공예방 할아버지 (박정희대통령 생가가 있냐고...멋있냐고 물으셨는데...그렇다고 놀러오시라고 해버렸다 - 이런....실망하시면 큰일인데...)
왠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유채꽃밭에선 좋아라 사진찍길 망설이지 않았다.
민속품전시관을 돌아보며 이 전시관의 반의 반도 안되는 박정희 생가를 할아버지가 보시면 어떨까 잠시 상념에 잠겨도 본다.
성벽위를 천천히 따라 걸어올 땐 새삼스레 이 마을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처음엔 그랬다.
조금은 다른 설명과 안내를... 그 어눌한 안내멘트...죄송...
근데 돌아오며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미리 크게 설명하지 않았음에 곳곳을 상세하게 돌아볼 수 있었고,
예상치 못한 곳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고,
풍경좋은 곳에 미리 가서 기다리시며 사진을 찍어 주셨던 친절함 까지 채웠으니..
따스하고 정겨운 여행길이 될수 있도록 동반자가 되어준
써~~니랑 테마여행 스텝여러분께 감사드린다.